세상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은, ‘사진 찍히는 의사’ 정하린
의사로 일하며 SNS에서는 ‘사진 찍히는 의사’로도 알려진 정하린. 병원에서는 환자와 마주하고, 때때로 카메라 앞에 서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의 즐거움을 만들어간다. 그는 환자 앞에서도, 촬영장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각자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 “세상을 알면서도 아이처럼 순수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정하린을 만나 그가 지닌 시선과 태도에 대해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히는 의사 정하린입니다.
의사로서의 커리어와 별개로, 모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진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건, 그 안에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을 수 있어서였어요. 저 역시 외모지상주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요즘은 미의 기준이 너무 많고 피로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러던 중, 스냅 사진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매력을 발견했다는 모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마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런 점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 따뜻함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진다고 믿어요.
다양한 촬영을 해오셨는데,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즐거운 현장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어요. 촬영을 하다 보면,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이 새롭게 보이고, 저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작가님과 협업하면서 세상이 더 즐겁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저는 늘 새로운 걸 좋아해서, 뻔하지 않은 시도를 계속해보고 싶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이 아니라, 매 순간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게 재미있거든요.
모델로서 하린님만의 매력이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밝고 당돌한 이미지에서 저만의 매력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스레드에 “저는 병원 홍보 안 합니다. 저는 저만 홍보합니다. 멋진 나”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밝고 가벼운 에너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의사로서 3년째 일하면서 늘 목표 지향적으로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길가의 들꽃을 보며 여유롭게 걷는 삶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을 모르는 순수함이 아니라, 세상을 잘 알면서도 그 안에서 즐겁고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저의 편안함과 긍정적인 기운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의사와 모델이라는 두 직업에서 느끼는 가장 큰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두 일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어요. 사람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지고 대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공통점이고요.
다만 병원에서는 제가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라면, 촬영장에서는 작가님의 리드를 따라가는 입장이라는 점이 달라요. 이렇게 서로 다른 위치에서 협업하다 보니, 상대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리더와 팔로워 양쪽 모두의 역할에 대한 감각도 넓어졌어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도 시간 관리를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병원, 강의, 운동을 고정 스케줄로 두고, 그 외의 시간에 촬영을 배치해요. 그리고 한 달에 몇 번까지 가능한지 미리 정해두고, 그 이상은 무리하지 않아요. 촬영도 예습·복습·시험처럼 준비가 필요한 일이에요. 현장만이 아니라, 집에서 연습하거나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에너지를 유지하거나 동기부여를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요?
완벽하려고 하면 시작 자체가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부족해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완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는 동력이 생기거든요.
또 저는 질투가 많은 편이라, 친구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걸 하면 꼭 따라 하게 돼요. 그렇게 시작한 게 많아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들이 많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함께 도전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제일 큰 에너지원이죠.
모델 활동이 의사로서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요?
뷰티 전문가들과 작업하면서 미에 대한 감각이 넓어졌고,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도 배우게 됐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환자와의 대화도 더 풍성해졌고, 유튜브나 콘텐츠에 관심 있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생겨요. 저는 만나는 사람에게 즐거운 기운을 전하고 싶어요. 함께 일한 분들이 “그 친구랑 일했을 때 재밌었어”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좋은 광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편안하게 다가오면서도 생각이나 감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해요. 최근 짐빔 하이볼 광고를 보면서 저도 위로를 받았는데요, 그렇게 친구에게 추천하고, 가족과도 함께 볼 수 있는 광고와 함께 하고 싶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저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세대에 관심이 많아요. 이들이 삶을 즐겁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세대에도 그런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요. 저 역시 고등학생 때까진 삶이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앞으로는 의학이나 문화 영역에서, 다음 세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부럽다”보다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정하린 의사, 모델
1999년생 / 전남대학교 의학과 졸업
특기 : 노래, 춤
인스타그램 : @h_aa_rin
※ 사진 제공: 정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