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여보세요, 좀 돌아보며 사셔야죠

2025-08-04     장성미
출처 픽사베이

不論平地與山尖(불론평지여산첨) 들녘도 산꼭대기도 주저하지 않고

無限風光盡被占(무한풍광진피점) 그지없는 봄 풍경 다 차지하고

采得百花成蜜後(채득백화성밀후) 가지가지 꽃에게서 꿀을 따

爲誰辛苦爲誰甛(위수신고위수첨) 누굴 위한 수고며 누구에게 달콤함 주려나

(〈蜂〉꿀 따는 벌/羅隱나은)

한 조직의 일이 돌아가는 곳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땀과 헌신(獻身)이 있다.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말없이 준비한 이가 있고, 프로젝트가 일정대로 완성되는 순간에도 묵묵(默默)히 그 역할을 다하는 누군가가 있다.

보이는 곳이든 드러나지 않는 곳이든 조직이 유지(維持)되려면 애쓰며 수고하는 손길의 바탕 위에 여러 형태의 크고 작은 협력(協力)으로 힘쓰며 구성원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연합(聯合)하기도 하며 때론 인내하며 힘겨운 ‘수고’를 담당하기에 조직사회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유연(柔軟)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조직에는 이렇게 ‘수고하는 협력자’가 하나하나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성실함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빛나는 성과(成果)를 이룩하는 것이니 이들이야말로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단단한 힘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동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서 소수의 몇몇이 또는 누구 혼자만이 유익을 꾀하며 달콤하게 꿀을 빨아대며 멋대로 누리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얼마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갑질을 서슴지 않던 장관 후보자인 국회의원의 불미(不美)스러운 그간의 행적(行跡)이 속속 드러나며 여론의 질타(叱咤)를 거칠게 받고 결국 낙마하는 일이 또 발생하였다.

참으로 이런 부류(部類)의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국민(國民)을 민생(民生)을 위해 정치인이 되겠다며 온갖 솔깃한 표현을 다 가져와 쏟아붓고 마침내 국회에 자리 하나를 버젓이 차지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깡그리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는 건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으로는 공복(公僕)이라고 하면서 갑이 된 듯한 언행을 가장 가까운 보좌진으로부터 시작하여 서로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관계부서에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결코 이 무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조직사회보다 정치를 업(業)으로 삼으며 살아가겠다는 사람들은 만인(萬人)이 어디서든 지켜볼 수 있기에, 오히려 언제든 수신(修身)이란 것을 새기며 실천하는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 만약 그럴 자신이나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없거나 갖추지 않으려면 제발 국민을 운운(云云)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런 자리에 오르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한다.

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만약 지금 권력을 가졌다고, 누군가의 밥줄을 쥐고 있다고 봉건시대(封建時代)의 제왕(帝王)이나 된 듯이 그 맛에 푹 빠져 분별력 없이 절제력도 잃고 시시때때로 어쭙잖은 칼춤을 추어대며 을(乙)의 위치에 있는 구성원에게 갑(甲)의 횡포(橫暴)를 부리며 “너희가 어쩔 거야” 하는 우쭐함과 나의 이 갑질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천년을 갈 것이라고 기고만장(氣高萬丈)해하며 어리석은 놀음에 취해 영원하리라고 즐기며 착각(錯覺)하기에 이런 위인(爲人)들이 곳곳에서 끊임없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인가?

어떤 조직사회 내에서 갑과 을의 관계란 업무의 전문성보다는 위계(位階)와 명목상의 위치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갑과 을은 파트너십이 전제(前提)되어 형성되는 서로 돈독(敦篤)한 관계가 되기에 상호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禮)와 절도(節度)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돕는 관계라는 것을 망각(忘却)한 채 조직 안에서 현실적인 힘을 가진 어느 한 편이 탐욕(貪慾)에 사로잡혀 균형감을 잃은 행동을 무시(無時)로 일삼는다면 그 조직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서서히 병이 깊어질 것이고 도려낼 수 없는 악성(惡性) 종양이 곳곳에 자라게 될 것이다.

물론 조직사회란 ‘성과’와 ‘효율’이라는 명목 아래 움직인다. 하지만 조직에서 성과와 효율 그리고 속도에 더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 관심(關心)과 소통(疏通)이 조직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더 멀리 나아가게 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힘은 구성원 간의 존중(尊重)의 바탕에서 비롯되므로 이 존중 문화는 업무의 윤활유이자 관계의 원천(源泉)이 된다.

존중은 단순히 공손(恭遜)한 말의 표현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 역할,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다. 직급(職級)이나 경력(經歷)의 차이, 나이와 성별(性別)을 넘어, 서로 평등하게 대하고 또 의견을 경청할 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 것이고, 마음으로부터 공감하게 되어 건강한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일하고 싶은 일원(一員)이 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