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허울

2025-08-06     김시래 칼럼니스트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고객의 머리속에 집어놓는 일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오랜 노력끝에 파워 브랜드가 되면 자신만을 고집하는 고정 고객이 생긴다. 나이키나 아이폰 같은 이들이다. 이런 브랜드가 더 큰 가치를 가지려면 누구도 범접못할 아우라를 지녀야 한다. 모나리자같은 예술품이나 지드레곤과 같은 빅스타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희소성이다. 애정을 저울질하는 남녀의 사랑법을 떠올려보라. 아무때나 쉽게 다가설 수 있으면 헐값 취급을 받는다. 접근을 제한하고 수량도 한정해라.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고가를 받을 때까지 때를 기다리다리는 전략도 희소성의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사람을 모은답시고 자주 가격을 할인하거나 선물을 끼워팔면 자승자박이 되어 나중엔 떨이 물건으로 전락한다. 만약 해야한다면 특별한 명분을 걸어 제공하는 것처험 해야 한다. 재고품 처리때도 마찬가지다. 면도기회사 브라운이 출판업을 정리할 때다. 그들은 서울역앞 노점상처럼 ‘눈물의 땡처리’라며 박리다매를 동네방네 떠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낼 역발상 전략을 채택했다. 남은 제품에 역순으로 숫자를 새겨 넣고 이제 소유할 ‘한정품’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린 것이다. 인간의 독점욕은 언제나 서슬이 퍼렇다. 

여기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인간의 과시욕이 가세한 별종의 브랜드군이 있다. 부자들의 훈장, 명품이다. 엄두도 못낼 가격이라 흉내라도 내보려는 평민들의 서글픈 욕망이 서린 짝퉁이 전세계의 뒷골목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는 명품 사기 사건의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먼저 백년된 유럽 왕실에서 넘어와서 청담동 고급 파티장에 연예인이 차고 돌아 다닌다는 소문부터 흘렸다. 접근을 제한하고 신비로움을 더한 것이다. 9천만원이 넘는 가격은 돈을 주체 못하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휘황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며  매장에 진열되자 가진 자들의 환호속에 상징적 기호품(Status Symbolic Brand)으로 등극했고 소매를 걷어부친 그들의 손목에서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영롱하게 번쩍거렸다. 그러나 그 시계는 시흥의 어느 후미진 골목의 공장에서 만든 십만원짜리 가짜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지오모나코라는 또 다른 가짜 명품이 나타나 같은 수법으로 사람들을 울렸다. 명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그걸 가진 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물건이 아니라 신분을 드러내는 계급장이다. 

인간의 과시욕이 영원하듯 명품 브랜드도 상류층의 장식장에서 여전히 빛날 것이다. 하지만 그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 구찌를 생산하는 케링 그룹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6%나 줄었고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매출은 4%, 이익은 22%가 줄었다. 불황인탓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실용 욕구를 자극한 탓이다. 지하철 한구석에 마련된 점포에 일본과 미국에서 들여온 구제품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빈스 프라임과 공유 경제가 낳은 당근마켓과 알라딘의 고속성장을 보라. 소비자들이 실속을 차리기 시작했다. 둘러보고 살펴보고 따져보는 합리적 소비가 늘어가고 있다. 명품의 존재를 부정하는게 아니다. 황새 쫒아가는 뱁새가 되지 말자는 뜻이다. 무엇보다 명품의 허울에서부터 벗어나자.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JA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