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그래요, 이 노래가 들리나요?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衛)나라는 한때 지배층이 방탕(放蕩)과 음란(淫亂)이 난무하며 혼미(昏迷)한 상태로 부끄러움도 몰랐다. 그 리더십들이 민생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후안무치(厚顔無恥)하게 행동하자 분노에 찬 민심이 요동치며 그들을 욕하는 풍자(諷刺)의 노래가 백성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퍼져나갔다.
相鼠有體(상서유체) 쥐를 봐도 사지(四肢)를 갖추고 있는데
人而無禮(인이무례) 사람이면서 예절을 갖추지 않는다니
人而無禮(인이무례) 사람이 되어서 무례하다면
胡不遄死(호불천사) 어째서 빨리 죽지 않는가!
(《詩經‧相鼠》)
지난해 깊은 겨울로 접어들 무렵 세상의 한구석에서 또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 진원지는 소위 진보(進步)와 혁신(革新)의 정치를 펼치겠다며 당(黨)의 명칭에도 ‘××혁신당’이란 글자까지 꾸역꾸역 넣으며 이 나라를 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듯이 요란을 떨며 탄생한 정당(政黨)이었다.
그렇게 모여든 이들이 제대로 된 정치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내 고위직 중에 찌질한 자(者)들이 ‘성 비위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당의 지도부 대다수는 피해자들을 살피고 보듬지 않은 채 인권(人權)도 공의(公義)도 저버리고 당의 이미지 관리만을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그 범죄를 묻어버리고 덮으려는 시도(試圖)에 급급했다니……
해를 넘겨 시간을 끌면서 당 안에서는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해 별일 아닌 듯이 잔꾀를 부리며 세월을 보내기만 하고 있었다. ‘우리는 동지(同志)’라는 기치(旗幟)만 높이 들었지, 정작 피해자들을 위한 명쾌하고 단호하고 정의로운 해결은 아예 안중(眼中)에도 두지 않고 적합한 조치(措置)를 하지도 않았고 실천에 옮기지도 않았다.
내부적으로 회유(懷柔), 묵살(默殺) 그리고 은폐(隱蔽)를 더 나아가 이 자(者), 저 자(者)를 내세우며 2차 가해의 만행을 저지르며 당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눈이 멀었다.
이 추악한 사건이 밖으로 확대되는 조짐을 막으려고 그저 방치한 상태였고, 소리 나지 않게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만이 반년(半年)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한편에서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동참과 호소(呼訴) 심지어 절절한 읍소(泣訴)까지 있었지만, 당내 리더십들은 그들의 바람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가는세월과 함께 자꾸 자라며 곪아가고 있는데도 그 리더십들이 침묵(沈默)으로 쭉 앉아만 있자, 정의(正義)의 편에 있던 사람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드디어 한목소리로 외치며 분연히 일어섰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바른 정신을 소유한 정의로운 당내 인사들의 목소리가 마침내 세상에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끝내 그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당을 떠나면서 불의(不義)한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강한 경고를 하였고, 그간의 비겁(卑怯)하고 비열(卑劣)한 행태를 용기내어 낱낱이 세상에 고발하며 밝혔다.
참, 뭔가?! 동지라며! 혁신하자며!……
순자(荀子)는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이런 기본을 지니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먹줄은 직선의 표준이고, 저울은 무게의 표준이며, 그림쇠는 둘레의 표준이고, 예절은 사람 도리를 위한 표준이다.” (故繩者,直之至;衡者,平之至;規矩者,方圓之至;禮者,人道之極也./《荀子·禮論篇》)
보시오! 여러분이 참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다고요? 진심(眞心)인가요? 그럼, 지금은 다 놓아두고 먼저 가서 사람됨이 무엇인지 살피며 실천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나서 동지도 만들고 혁신도 하고 정치도 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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