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탄생
겸임교수 10년째다. 가르치려면 새로운걸 채워야 하니 게으름 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강의 준비와 성적 처리가 녹녹치 않아 무슨 미련이 남아 이 일을 계속하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래도 마케팅과 광고, 대중문화 스토리텔러를 업으로 인생을 도모하는 청춘들에게 TV광고 시대와 디지털 광고 시대를 거치며 직접 진행했던 다양한 캠페인 사례와 인사이트가 현장의 실상을 전달하는 쓸모가 있으리란 위안이 있다.
광고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세가지다. 먼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지금 소비자들은 물건의 실체를 스마트폰에서 꼼꼼히 비교하고 구매한다. 잘 알리기보다 잘 만들어야 팔릴 것이다. 물건만 좋으면 소비자가 스스로 팬덤이 되어 알리고 결재하고 추천하는 행동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돈드는 광고나 홍보는 앞자락만 깔아주면 된다. 요약하면 마케팅의 핵심은 광고나 홍보가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이다. 그리고 정보의 이노베이터들이 접촉하는 온라인 광고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두번째는 트렌드와 대중문화에 대한 감수성이다. MZ세대가 주인공이라더니 알파세대, 베타세대가 등장했다. 이들이 정보의 전도사들이다. 케데헌의 여파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비지니스 기회가 열릴 것이다. 세번째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SNS를 글쓰기를 겸한 일상의 관점노트로 활용해보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학원과 달리 밥줄을 연명하는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이 되선 안된다. 의사의 칼은 생명을 구하지만 무사의 칼은 목숨을 끊기도 한다. 인성이 배제된 실력이나 능력은 자칫 위태로운 것이다.
인문적 소양을 위해 그들에게 전하는 것도 세가지다. 먼저 성찰적 태도다. 지난 학기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학생이 교실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돌아왔다. 빵을 먹고 손 닦은 휴지를 버리고 왔다고 멀쩡하게 대답했다. 잠시나마 수업을 방해했으니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타일렀다. 그 학생은 곰곰히 생각하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성찰적 태도는 이타성의 근간이다. 자신을 제대로 살펴봐야 남의 사정도 보일 것이다.
두번째는 감수성의 인간이다. 인공지능은 계산하고 연결할 뿐 사유하거나 감동하지 못한다. 프롬프트를 쳐서 희노애락의 스토리를 창작하고 감동을 끌어내는 능력은 사피엔스의 마지막 보루다. 풀잎의 떨림에서 민초의 저항 을 읽어내고 잎새의 흔들림에서 원죄를 감지하는 감수성은 창의성의 원천이다.
세번째는 당당할 정도의 솔직함이다. 누구나 오르막 내리막의 인생을 산다. 매순간을 자찬이나 핑계없이 걸어가는 삶의 태도야말로 긴 인생을 버틸 자양분이다. 우직해라. 패자에겐 수천가지 안될 이유가 있지만 승자에겐 해내야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디지털 광고 제작 실습’을 마치며 김시영학생은 ‘실습이 많은 수업이라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직접 해볼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남는게 있었어요’라고 구김살없이 대답했다. 공부란 자전거 배우듯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 체득된다고 공감을 표했다. 하긴 그렇다. 자전거 뒷바퀴로 속도를 올리되 앞바퀴로 방향을 잡아야하듯 전문성을 키우되 인성도 겸비해야 균형잡힌 인재 한사람이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평탄한 항해를 해나갈 것이다.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JA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