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마케팅의 시대
몇일전 내방역 인공지능 광고리서치기업 스펀지그룹(SPONGY GROUP)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자동차 회사와 화장품 유통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움직임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광고 제작 사례와 방안을 제시한 변지웅대표의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인공지능이 마케팅의 기본 개념마저 바꿔놓고 있다.
마케팅은 브랜드를 키우는 일이다. 브랜드는 어디에 있는가? 소비자의 마음속이다. 나이키나 애플같은 빅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들을 구매하려면 어디로 가야했을까? 남대문 시장이나 롯데 백화점같은 오프라인 시장이나 쿠팡이나 배민같은 온라인 시장이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시대의 시장은 어디일까? 프롬프트다. 인공지능은 계산과 탐색의 도사들이다. 밖으로 나가 기름을 없애가며 발품을 요구하기는커녕 검색하고 스크롤 상품을 터치해서 댓글 리뷰를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카드를 골라 결제를 누르고 얼굴을 보여주는 번거로운 과정을 순식간에 해결했다. 비서에게 지시하듯 프롬프트에 오더를 하달하면 구매와 결재까지 단번에 끝낸다. 그야말로 “제로 클릭”의 시대가 다가왔다.
마케팅도 인공지능의 통제안으로 들어왔다. 고객은 상표나 가격, 디자인만이 아닌 트렌드와 기호와 개성이 담긴 주문서를 작성해서 자신의 욕망을 속전속결로 해결한다. 예를 들면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인데 올 겨울에 지하철 출퇴근용으로 입을 두껍지 않은 15만원대 겨울코트 추천해 줘. 유행안타는 클래식하고 단순하되 여성적 라인이 강조된 디자인이 좋겠어”라고 지시할 것이다. 코파일럿이든 제미나이든 개별화된 요청을 받들어 인터넷망에 포진한 수많은 제품 중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너댓개의 제품만을 선별해서 이유를 들려주고 결재로 연결한다. 실제로 물어보니 한 인공지능이 13만원대 'SI울 블렌디드 스트랩 롱 코트'를 ‘롯데온에서, 14만원대 'VOV 피크드 라벨 싱글코트'를 ‘W컨셉‘에서 구매하라고 제안했다. 또 하나는 그 가격, 그 조건이라면 할인기간에 구매할 것을 조언했다.
마케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담당자가 제품의 정보와 고객의 감성을 결합한 브랜드 세계관을 결정하면 인공지능이 모델부터 결정하고 룩북과 광고 영상을 만들어 제품의 매력도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세상에 뿌린다. 제품을 팔려면 팬덤을 만들라던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말이 무색해졌다. 제품을 움직이려면 인공지능을 움직여야 한다. 마케팅의 목표는 인공지능의 추천 리스트다. 인공지능의 관심사는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이다. 당연히 마케팅 핵심 과제는 제품 혁신이다.
‘순대실록’은 방송인 사유리씨가 구운 순대를 칼로 썰어먹으며 “스테이크 같다”고 말한 걸 보고 구워 먹는 ‘순대 스테이크’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추천리스트에 올랐다. 미국의 ‘반스앤노블’도 체인점의 단점을 지우기 위해 전문가적 안목을 지닌 큐레이터를 뽑아 책을 선정하고 진열하는 독립서점처같은 운영방식으로 미국 전역에서 부활했다.
문화관광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국무회의에서 순창·담양의 장벨트, 광주의 김치벨트, 안동의 전통주 벨트처럼 외국인이 좋아하는 치킨벨트를 만들겠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켜볼 것이다. 부디 잘 알리기보다 잘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