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토킹 체크리스트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지각하게 됐다"며 "의전이 상당히 복잡했고, 앞의 정상들 연설이 굉장히 길었기 때문“ 이라며 위트있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뉴욕이 원래 복잡하다"며 "대통령님,생일날 통화를 했는데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며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인사하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도 "감사하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손을 마주잡고 화답했다. 이대통령의 스몰 토킹의 효과는 회담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스몰 토킹은 호의적인 인상을 연출해서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는 설득력의 진입로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에도 매력적인 첫 인상이 좋은 관계를 맺는 분수령이라고 했다. 고수들의 직관도 알고보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한 스몰 데이터들의 반사적 작용일 것이다. 성공적인 스몰 토킹의 비결은 뭘까?
설득력의 토대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센스있는 리액션을 섞어주면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며 흉금을 나눌 허심탄회한 자리가 마련된다. 개그맨 출신으로 토크쇼의 진행자로도 맹활약하는 유재석을 살펴보라. 그가 무슨 엄청난 웃음보따리를 따로 가진게 아니다. 자신을 낮추며 상대의 언어적 태도나 습관에 맞춘 추임새로 정서적 일체감을 끌어내는 허허실실의 소통 능력이 그의 무기다. 옷차림도 중요하다. 때와 장소에 맞는 패션 감각에 품격을 더해라. 백화점 회전문을 나가는 사람중에서 고급수트를 입은 사람에겐 안내원의 94%가 양보했지만 낡고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은 82%가 문을 막아섰으며 심지어 5%는 욕을 했다는 통계가 있다. 상대를 부를 때는 직급보다는 이름이나 애칭을 사용해라. 거듭 말하지만 관심과 존중은 동질감의 토대다. 그 다음은 환한 미소다. 몽상가만큼이나 비평가와는 사업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유쾌한 미소와 활기찬 말투는 부정적 논증을 차단하고 긍정적 결과에 대해 기대감을 높여주는 마력이 있다. 세련된 스킨쉽은 스몰 토킹의 화룡점정이다. 손이나 등, 어깨의 가벼운 접촉은 자신감의 발로이자 매력도를 높이는 적극적 표현 수단이다. 하지만 인위적이거나 과도한 접촉은 진의를 의심받고 불쾌감을 유발시킬수 있다. 무엇보다 자여스러워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겸손한 태도, 세련된 옷차림, 부드러운 미소와 재치있는 유머, 가벼운 스킨쉽은 스몰 토킹의 출이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메시지다. 상대의 기호와 취향부터 파악해라. 불교에 심취한 사람에게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넌센스다. 무슨 내용이든 구체적으로 전해라. 입발린 소리라는 오해를 막을수 있다. 의자끝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트럼프의 공세적 태도를 방어하고 미소를 끌어 낸 이재명대통령의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도 앉은 자세만큼이나 치밀하게 기획된 메시지였다. ”오늘 멋지십니다.“가 아니고 ”오늘같은 자리에 붉은 체크무늬 폴로셔츠가 정말 잘 어울리시는군요. 무척이나 개성있고 젊어보이네요.“ 라고 말을 걸라는 이야기다. 또 신념이나 가치관이 결부된 정치나 종교등의 주제는 재빨리 피해나와라.대화가 삼천포로 빠지기 쉽상이다. 상대를 대화의 중심에 서게 만들 방법도 알아둬라. 열린 질문이다. ”식사하셨어요?“ 가 아니라 ” 식사 메뉴가 무엇이였나요?“ 라고 물어라. 긴 이야기가 펼쳐 질 것이다. 마무리도 산뜻해야 한다. 다음을 기약해서 친밀감의 여운을 남기면 좋다. 주제가 영화였다면 ”기회가 된다면 박찬욱 감독의 예전 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라고 전해보라. 호의적인 관계가 예약된다. 비지니스 경력 35년을 거치며 ‘스몰’이라고 만만히 보다 인상뿐 아니라 관계까지 틀어지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했다. 술잔이 오가는 회식 자리가 대표적이다. 과묵도 문제지만 과잉은 수렁에 빠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라. 자리의 성격을 감안한 재치있는 건배사는 동석자들의 일체감을 조성한다. ‘스몰’로 시작하다 ‘그레이트’로 끝내려면 심사숙고의 체크리스트를 미리 준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