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그들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요즘 의술(醫術)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많은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떼지어 행동하며 병원을 떠나 집단의 이익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한순간 순간이 천년같이 느껴지는 고통 중에 놓여있는 환자들의 불안과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있는 상황이 마냥 지속되고있다.
이런 행동에 대응하는 정부도 법(法)과 원칙(原則)이라는 만만치 않은 논리를 굳게 내세우며 강경(强硬)하게 해결하려 한다.
그 사이에 있는 한없는 약자인 환자(患者)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위치에서 숨죽여 이 현실을 병(病)으로 맞닥뜨리고 속히 구원(救援)받기를 그저 바라고만 있다.
옛 중국 당(唐)나라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를 늘 고민하며 힘쓰던 덕망(德望)있는 한 의사가 있었다.
그는 의사라는 직분(職分)에 충실하며 성심성의(誠心誠意)를 다해 환자들을 위해 일생을 살아가면서 선대(先代)로부터 흩어져 전해지던 의술에 관한 자료들도 부단히 찾아내고 임상(臨床)을 통한 치료법을 더하여 정리해 훗날 중의학계(中醫學界)에 큰 도움이 되는 《備急千金要方》과 《千金翼方》이라는 저서(著書)를 남기며 당나라 의학의 수준을 한층 격상시키는데 공헌(貢獻)도 하였다. 사심(私心)을 버려두었던 그의 이런 후덕(厚德)한 행적으로 인하여 후대(後代)에 추앙(推仰)을 받는 위대한 의사가 되었다.
그는 손사막(孫思邈, 581~682)이라고 하는 의사로 본래 자신이 어려서 많은 병이 있었다. 그런 와중(渦中)에도 성장해 가면서 학문에 뜻을 품고 박학다식(博學多識)하게 지식을 쌓아갔고, 특히 의약(醫藥) 분야에 마음을 기울여 깊이 연구하여 청년시절부터는 이웃에게 자신의 의술을 행하였다. 그가 환자를 치료(治療)할 때는 사람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고, 신분도 금전도 따지지 않았으며, 아픈 사람을 돌보며 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서슴없이 그 환자에게로 나아갔다고 한다.
이런 실천으로 그의 명성이 널리 전해지며 황실(皇室)에서 여러차례 벼슬을 내리려 하였으나 모두 거절을 했었다. 다만 한때 어의(御醫)로 부름을 받아 황제(皇帝)의 병을 치료하였고 그대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며 편안하게 살아 갈수도 있었지만 본인의 소임을 다하자 자신이 가진 병을 내세워 그 지위(地位)를 떠나 보통사람들 곁으로 돌아오면서 치료와 연구에 몰두하며 남은 생을 살았다.
아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술을 실천을 하던 그는 자신이 환자를 치료할 때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바탕으로 치료자가 행해야 할 도덕적 규범을 글로 남기기도 하였다.
재능(才能)과 덕(德)을 가진 의사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반드시 심신을 안정하고, 사리사욕이 없어야 하며, 먼저 병자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 가짐으로 남의 고통을 구해주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앞 뒤를 재면서 우물쭈물하거나 치료를 하면서 자신에게 생길 수 있는 좋은 일이나 언짢은 일을 걱정하며 따지지 말아야 하고, 자기 생명을 아끼며 지키려 해서도 안된다.
환자가 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 깊이 비통해 하며 험한 길도 피하지 말고 밤이든 낮이든 춥든 덥든, 배가 고프고 갈증이 심하고 피곤하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 환자를 구해주고, 치료를 할 때는 지체될까 봐 미루려는 행동을 마음에 품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행해야 덕(德)있는 의사라 할 수 있고 그 반대로 행하면 생명을 크게 해(害)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凡大醫治病, 必當安神定志, 無慾無求, 先發大慈惻隱之心, 誓願普救含靈之苦. …………… 見彼苦惱, 若己有之, 深心悽愴, 勿避險巇、晝夜、寒暑、飢渴、疲勞, 一心赴救, 無作功夫形跡之心. 如此可爲蒼生大醫, 反此則是含靈巨賊. / 孫思邈 《備急千金要方》卷一 중에서 발췌)
이 손사막 같은 마음을 품고 우리가 처해있는 현재의 형국(形局)에도 의술을 선(善)하게 베풀며 현장을 지켜내면서 위급(危急)한 환자들을 돌봐주는 의사들도 적지않다.
복잡한 심정과 아슬아슬한 현실 앞에서 자기의 유익(有益)을 위해 아무것도 따지지않고 그저 노고(勞苦)와 수고(受苦)로 환자 치료에 바삐 임하는 의사들에게 깊은 감사와 안도하는 마음으로 존경(尊敬)을 표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도 대다수의 의사들이 파업을 계속하기에 이처럼 힘을 다하며 환자를 구해주고 있는 의사들이 치료의 과중(過重)한 무게로 점점 지쳐가고 힘겨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안타까운 시점이 되고있다.
총체적으로 급급(急急)함에 놓여있는 의사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저 옛날의 의사 손사막이 주장하던 대단한 덕을 발휘하며 훌륭한 의사의 반열(班列)에만 서 주기를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 그렇게 공들여 배우고 익힌 남이 갖지않은 귀한 능력을 집단의 필요와 이익에 위배가 된다고 무참하게 내버려두고 약하고 힘없고 어쩔 방법도 없는 환자들을 볼모로 삼고 거침없이 병원을 떠나 돌보지않는 자세를 꼭 취해야만 하는가?
비록 다급하게 얻어내야 할 당당한 이유가 있어 한편으로 합심(合心)하여 강하게 주장하며 목표점을 향해 가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처지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있는 환자들이 협상(協商)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되새기며 현명(賢明)한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실질적인 모든 문제를 떠나 의사의 가장 근본적인 본분인 생명을 구해주고 살리는 일을 무참하게 저버리지 않기를……
현실적으로 어긋났다고 그저 무리를 지어 눈도 감고 귀도 막으며 단체 행동만을 답이라 여기고 격한 분노에 휩싸인 체 평정심(平靜心)을 잃어버리지 말고, 히포크라테스 선서(宣誓)를 하며 의사의 가운을 입던 그 때를 생각해보면서 한없는 기다림 속에 절절한 마음으로 애태우는 환자들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야 할 그들을 떠올리며 의사 선생님이 되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