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언제더라? 일본 소프트 파워에 한풀 꺾인 불매 열기
조사 기간: 2024년 4월 17일 ~ 4월 19일 조사 대상: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일본 상품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과 ‘역대급’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일본 여행시장이 특수를 맞은 것은 물론,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등의 문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끄는 등 불매 운동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연령층의 경우 ‘일본 감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일본 제품과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본’ 자체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불매 운동에 피로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많았던 데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결국 노재팬 운동이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고연령층의 경우 여전히 일본 제품 및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불매 운동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본’에 대한 적대감 점차 낮아지는 추세 보여... 저연령층, 일본의 ‘문화 콘텐츠’, ‘분위기’ 호감 이유로 꼽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일본 제품 및 콘텐츠 소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한층 사그라진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참여율이 크게 낮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 및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 가운데(24.5%), 과거사 문제와 지난해(2023년)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는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87.4%, 동의율)는 인식이 높고, 지금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조만간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 같다(73.7%)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단, 일본으로부터 받은 문화, 역사적 피해를 잊을 수 없고(80.3%(2020) ▶ 71.0%(2022) ▶ 67.2%(2024)), 일본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55.0%(2020) ▶ 38.4%(2022) ▶ 30.2%(2024))는 응답이 이전 조사 대비 소폭 감소하는 등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한층 사그라진 모습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이에 전체 응답자 10명 중 6명(57.6%)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외교 관계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일본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타 연령층 대비 두드러진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는데(20대 34.0%, 30대 27.2%, 40대 20.8%, 50대 16.0%), 이는 일본 문화의 감성(분위기)이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나는 평소 일본의 감성(분위기)를 좋아한다 – 20대 55.6%, 30대 50.8%, 40대 30.0%, 50대 24.4%). 실제로 일본에 호감을 느낀다고 평가한 저연령층의 경우 그 이유로 일본의 문화 콘텐츠, 분위기와 감성, 음식 등을 주로 꼽아, 일본의 소프트파워가 호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10명 중 6명,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미 끝난 것 같아”... “일본 제품 소비는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 문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줄어들면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참여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율이 5.4%에 불과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미 끝난 것 같다(42.4%(2022) ▶ 61.5%(2024))는 평가도 한층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제품을 소비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자(64.1%, 동의율), 취향 문제(64.0%)로 받아들이는 만큼, 불매 운동에 대한 공감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불매운동 열풍을 감안하면 금세 시들어진 대중들의 소비 태도가 실망스럽게 느껴진다(50.3%(2022) ▶ 25.7%(2024))거나 불매운동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42.0%(2022) ▶ 21.6%(2024))는 응답이 이전 조사 대비 감소하는 등 불매 운동 자체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진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에 따라 향후 불매 운동 참여 의향 또한 크게 약해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41.9%(2020) ▶ 17.2%(2022) ▶ 14.0%(2024)).
단,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55.4%)이 전국민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노재팬)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일본과의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현재의 추세와는 별개로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불매운동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최근 1년 이내 ‘일본 제품’ 및 ‘콘텐츠’ 이용 경험 많아... 저연령층, 다양한 콘텐츠 즐기는 경향 두드러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1년 이내 일본 제품 구매(61.7%) 및 일본 콘텐츠 이용 경험(65.6%)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예전에 비해 일본 제품 및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고, 호감도가 높아진 것 같다는 응답이 두드러진 만큼, 제품 구매 및 콘텐츠 이용 경험 또한 타 연령층 대비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제품 유형 중에서는 과자/초콜릿/디저트류(48.1%, 중복응답), 주류(41.2%)를 구매한 경우가 많았으며 대체로 여행 기념품으로 구매하게 됐다는 응답이 많은 편이었다. 아울러 문구/필기구(38.1%, 중복응답)를 구매한 응답자의 경우 일본 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57.4%, 중복응답)이라는 점을 구매 이유로 꼽아, 우수한 품질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콘텐츠 유형 중에서는 애니메이션/만화/웹툰(79.4%, 중복응답) 이용 경험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영화(51.7%)가 그 뒤를 이었다. J-pop(24.4%)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20대의 경우 노래, 유튜브, 게임 등 평소 다양한 일본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일본 콘텐츠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일상적인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었다. 나아가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향후 일본 제품(20대 96.4%, 30대 89.2%, 40대 86.4%, 50대 81.6%) 및 콘텐츠 이용 의향(20대 93.2%, 30대 85.2%, 40대 87.6%, 50대 72.0%)이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어, 최근 일본 여행 관광객 급증 및 일본 애니메이션/영화 등의 잇단 흥행 현상들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