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에 자사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통합해 미국 내 맥과 윈도우즈 사용자에게 새롭고 진화된 AI 기능을 제공한다고 현지시간 2025년 9월 18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업데이트로 사용자들은 크롬 우측 상단의 제미나이 아이콘을 클릭해 활성화된 AI 챗봇과 대화하며 현재 열려 있는 웹페이지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여러 탭을 넘나들며 정보를 비교·정리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예약, 동영상 검색, 위치 정보 조회 등 구글 캘린더, 유튜브, 지도 등 구글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동돼 웹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 필요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유튜브 영상에서 특정 장면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복수 웹사이트에서 항공권과 호텔을 비교하는 여행 계획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명령하면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주문 최종 단계까지 지원하는 등 다중 단계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역량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기능은 구글 내부 프로젝트 ‘프로젝트 마리너(Project Mariner)’에서 발전한 것으로, 사용자의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생산성을 높인다.
구글 크롬 제품 관리 책임자 샤메인 디실바는 “에이전틱 AI를 통해 사용자가 이메일로 받은 쇼핑 리스트로 장보기, 배송 일정 변경, 미용실 예약 등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고위험·되돌릴 수 없는 작업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서비스 시작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제미나이 기능이 구글 AI 프로·AI 울트라 구독자들에게만 제공됐으나, 이번 업데이트로 미국 내 영어 설정 사용자는 별도 비용 없이 크롬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안드로이드 버전 크롬에서도 일부 기능을 활용 중이며, iOS 버전 업데이트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통합은 단순히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AI가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파트너로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롬은 이제 단순한 웹 브라우저를 넘어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도구로 거듭나는 기술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한편, 구글의 이번 전략은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경쟁사들이 AI 브라우저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AI 기반 브라우저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법원이 구글의 크롬 및 안드로이드 지배력 유지를 허용한 직후 발표된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구글은 향후 구글 워크스페이스(Workspace) 사용자 대상으로도 제미나이 AI를 도입해 기업용 데이터 보호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지원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크롬 상단의 제미나이 아이콘(스파클 버튼)을 눌러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어, 원치 않을 경우 쉽게 AI 기능을 중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