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Adobe Inc.)는 피그마(Figma, Inc.) 인수 계약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9월 어도비는 피그마를 200억 달러(약 27.8조 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인수금은 피그마 연 매출액의 약 50배에 달하였다. 해지 결과로 어도비는 인수 당시 계약에 따라 피그마에 10억 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아도비와 피그마는 최근의 규제 결과에 강하게 동의하지 않지만 독자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각자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어도비와 피그마가 창의성과 생산성의 미래를 공동으로 재정의하는 비전을 공유한 반면, 우리는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거대한 시장 기회와 사명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계속 있다"고 말했다.
피그마는 2012년에 설립된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로서 UI/UX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피그마 디자인’ 등을 공급하고 있다. 피그마는 UI/UX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약 83.4%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1위 사업자이다.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은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어도비가 거의 독점에 가깝다는 점을 이유로 이 거래의 승인을 미뤄왔다. 규제당국은 어도비가 XD 애플리케이션보다 더 인기 있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품 디자인 플랫폼인 피그마를 구매함으로써 어도비가 일어날 수도 있는 혁신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2년 9월 합병이 발표된 이후 디자이너들은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어도비는 진행 중인 다양한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어도비는 지난 12월 14일자 영국 경쟁시장국(CMA)이 심층 반독점 조사를 거쳐 제안한 구제책을 거부했다. 당국은 어도비가 "경쟁의 조건을 회복하기 위해" 자산, 소스코드, 엔지니어 등을 상당 부분 처분하기를 원했다. 모든 당사자들은 오는 2월 25일로 최종 시한이 정해지면서 오는 12월 21일 CMA의 거래 차단 잠정 결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규제 당국의 압력은 어도비가 거래를 추진하면서도 얻고자 했던 피그마의 자산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기에,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도비는 피그마 인수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나, 이번 인수 포기로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