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마케팅 원칙이 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반대라면 날개를 달고 금전등록기의 벨소리를 울릴 것이다. 여기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거나 봄이 오는 것이 아니고 북극곰이 멸종한다는 아이들의 웃픈 반응을 포착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패기어린 승부사가있다. 정유기업 S-OIL의 브랜드 캐릭터 구도일(Goodoil)과 머나먼 미국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 알프레드 펫츠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시도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쥘까?  

지난 11월 28일 11시경 용산 CGV 7관 북극을 지키는 6인 탐험대의 용기와 도전을 그린 애니메이션 콘텐츠, ‘폴라레스큐 슈퍼가디언스’의 출정식이 있었다. 2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구도일이 북극을 지키는 탐험대의 일원이 되어 드라이버로 활약하는 26부작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시사회가 진행됐다. 지진이 일어나는 동굴 속에서 무리하게 황금을 쫓는 너구리 아저씨의 욕심이 알고 보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였고 이를 알게된 북극탐험대의 따뜻한 마음이 이들 가족을 돕는다는 반전의 스토리가 박진감있고 생동감있게 펼쳐졌다. 손에 땀을 쥐는 탈출과 추적장면이 글로벌 제작사의 수준높은 표현 기법으로 표현되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빠져들만 했다. 한국뿐아니라 글로벌유통망으로도 배급된다니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K콘텐츠의 폭과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엔 고양이 배변 냄새를 없애 쾌적한 공기를 늘려 반려묘 가족의 위생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젊은 스타트업의 도전기다. 알프래드 펫츠는 ESG 열풍과 가치소비 트렌드가 주목받던 2020년, 커피 찌꺼기의 탈취력을 활용해서 친환경 모래를 개발해서 고양이 배변 냄새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환경을 해결하는 착한 제품이 고객들이 프리미엄 가격을 흔쾌히 수용할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응고력이 부족한 문제까지 겹쳤다. 하지만 이들은 후퇴하지 않았다. 고객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제품을 전량 리콜하고 고객의 반응을 적용해서 다섯 차례 제품을 개선하고 제품명도 변경했다. 절묘하게도 에티캣(ETICAT)이었다. 고양이모래의 배변악취를 제거했으니 쾌적한 환경의 에티켓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니 가격의 에티캣이란 의미였다. 이들은 한발 더 나갔다. 한국의 펫시장의 시장성을 고려해서 3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결단한 것이다. 시장이 크면 경쟁도 큰 법, 그들은 높은 물류비와 강력한 경쟁자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들은 발로 뛰어 캘리포니아 지역의 Healthy Spot, Urban Pet등 40여개 펫샵 입점에 성공했다. 또 인근 고양이 보호소나 동물 병원과 협력해서 제품의 탈취력을 검증하는 캠페인도 펼쳐가는 중이다.

마케팅은 시대의 욕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올해 초 구글 지도와 구글 번역기,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이용해서 토쿄에서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갈아타고 맛집을 돌며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모리박물관까지 돌며 느긋하게 관광한 적이 있다. 가이드없이 말이다. 이제부터 여행사들은 자유일정을 끼워넣은 관광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북극을 지키는 애니메이션 드라마나 반려동물의 배변악취를 해결하는 고양이 모래는 언뜻보면 먼나라 이야기로 보인다. 사실 환경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비지니스가 시장성이나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할 근거도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레임을 가지고 전진하는 자가 얻는 값진 전리품이다. 구도일이나 알프레드 펫츠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신들의 자산을 대중 문화에 투입했고 시행 착오를 발판삼아 이역만리에서 힘겨운 승부를 펼쳐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시대를 읽고 시대를 만들 시장의 개척자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이 낳는 생활 양식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마케팅 선지자다. 새해에도 진일보의 세상을 걸머질 트렌드라이터(Trandwriter)의 탄생과 분발을 고대한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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