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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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속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일전 강의때 만난 부산경제진흥원 김영애과장이었다. 노령화되는 부산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며 의료와 관광을 패키지화한 콘텐츠를 만드는 계획을 들려주었다. 케데헌의 열풍속에 외국인이 소비할 숙박과 음식과 놀거리를 융합한 관광콘텐츠를 만들려는 시도는 타당해 보였다. 그녀는 관광 마케팅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와 적용 방안을 강의해 달라고 했다. 촉박했지만 응하기로 했다. 압박은 진전의 교두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전세계적 난제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단번에 풀기 어렵다. 지역의 제반 여건과 경쟁 요인을 분석해서 유입 고객을 결정하고 (환경 분석및 고객 선정), 제공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서비스 콘텐츠 혁신), 효율과 효과를 고려해 홍보 채널을 마련하고 (온오프 통합 홍보 플랫폼 구축), 장기적인 관점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지속 가능한 협업 인프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고객 유치 및 한류 콘텐츠 연계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장기 체류형 종합 관광 브랜드로 육성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차별적 우위점이 보장된 집객 아이디어와 전광석화의 실행력은 물론이다.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뭘까?  광고나 홍보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다. 스마트폰은 리얼타임,리얼콘텐츠,리얼마케팅의 시대를 열었다. 고객들은 자신이 받을 혜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결재하고 퍼나른다. 게다가 그들에겐 또 하나의 강력한 도우미가 생겼다. 인공지능이다. 중국인이든 스페인 사람이든 프롬프트에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제품과 서비스의 실상이 순식간에 드러난다. 품질 혁신이 성패의 분수령이다. 서비스가 똑똑하면 스스로 날개를 달아 세상의 관심을 단번에 끌어내지만 잘못된 제품을 홍보하면 단명으로 이끌 것이다. 포장술이 아니라 내용물로 승부해라. 해운대 모래사장에 댄스 배틀을 펼치고 강철 부대란 콘셉트로 극기 훈련장을 마련하는 안일한 발상으론 어림도 없다. 

쿠알라룸프르에 있는 북스엑세스 렉스KL이란 독특한 서점으로 가보자. 이 서점은 오래된 영화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LG전자와 스타벅스가 컬래버한 ‘스타벅스 경동 1690’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엄청난 숫자의 도서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점의 본질에 더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 덕분에 모던한 분위기까지 만끽할 수있다. 하지만 이 곳을 세상에 퍼뜨린 콘텐츠의 주인공은 벽면의 드높은 책장속에 마련된 사각형의 공간들이다. 천정에 닿을만큼 높은 이 공간으로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간 고객들은 이곳에 나란히 앉아 미소를 지으며 특별한 사진의 모델이 된다. 아래층 동료들은 큐브속의 사람들을 찍어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디지털 먹방 트렌드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을 이 공간은 고객들의 인스타에 담길 이색적인 자기 연출의 스튜디오다. K관광 트렌드를 견인할 '케데헌' 열풍을 감안하면 부산의 K뷰티 콘텐츠의 전파사도 젊은층일 것이고 그들이 방문할 온오프 뷰티 매장의 공간도 SNS에 올릴만한 심미적 트렌디함이 필수적일 것이다.

모나코의 드빠리 호텔앞엔 빨간색 페라리911 여덟대가 중앙 분수대 주위로 둥근 원을 그리며 주차되어 있다. 페라리 판매장이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바이럴의 플랫폼이었다. 그곳에 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행동을 했다. 화려한 자동차 행렬을 배경 삼아 셀카를 찍고 자신의 SNS에 올리고 고향의 친구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 것이다.

한국민속촌에 가면 관객이 북적거리는 점집이 있다. 무엇을 차용했을까? ‘개콘’의 ‘솔로탈출’코너다. 점술사가 점을 봐준다며 손금을 들여다보다 여자 손님이 자기 스타일이라며 은근슬쩍 전화번호를 따내 오가는 관객의 박장대소를 끌어낸 것이다. 이곳은 단지 점집이 아니다. 즐거움의 도파밍을 뿜어내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지역 재생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시대의 시선이 가미된 대사건의 콘텐츠다. 광고인의 융합적 발상력이 지역 부활에 필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동서대학교 광고홍보학과 JA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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