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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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께서 말씀 하셨다: “옛 은나라 땅에 명하여 널리 선포하라. 존경하는 선친인 문왕께서 서쪽에서 건국을 하시면서 조석으로 제후들과 관리들에게 ‘제사에만 술을 사용하라’ 말씀하셨다.”……”문왕께서는 관직에 있는 이들에게 자주 술을 마시지 말라고 이르셨고, 여러 제후국에 재임 중인 자손들에게도 제사를 지낼 때만 술을 마시고, 백성을 덕으로써 살피며 술에 취하지 말라 하셨다. 문왕께서는 또 신하들에게 곡식을 귀하게 여기며 마음을 선하게 하라고 훈계하셨으니 선조들의 가르침을 잘 듣고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王若曰: “明大命於妹邦. 乃穆考文王, 肇國在西土. 厥誥毖、庶邦庶士越少正御事朝夕曰: ‘祀茲酒’” ……“文王誥教小子有正有事: 無彝酒; 越庶國: 飲惟祀, 德將無醉. 惟曰我民迪小子惟土物愛, 厥心臧. 聰聽祖考之彝訓, 越小大德.” /《尙書•周書•酒誥》)

중국 최초의 금주령(禁酒令)이라 할 수 있는 이 내용은 《尙書•周書•酒誥》에 실려있다. 주(周)나라의 주공(周公)이 어린 동생 강숙(康叔)이 위(衛)의 제후로 갈 때 주었던 ‘강고(康誥)’, ‘주고(酒誥)’, ‘재재(梓材)’ 세 편 중에 하나로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법칙을 담고 있다.

중국 역사에서 현군(賢君)으로 추앙(推仰)받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주공은 주나라 앞의 국가였던 상(商)의 멸망은 주왕(紂王)이 술과 여흥(餘興)에 빠져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아 기강(紀綱)이 무너졌고, 백성의 삶이 도탄(塗炭)에 빠지게 된 원인으로 국가의 도덕이 무너져 내리면서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옛 상나라 지역을 다스리러 가는 동생에게 “일찍이 선왕(先王)이신 문왕(文王)께서는 우리 주나라를 건국하셨을 때, 각 나라의 제후(諸侯)와 신하(臣下)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만 술을 마시라'고 말씀하셨다.”(〈康誥〉)고 일깨우며 그 뜻을 받들어 “희봉아, 임지에 도착하면 명(命) 하거라.”고 이르며 선대(先代)의 교훈을 다시 강조하였다.

저 고대(古代)로부터 ‘술’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등장하고 오늘날에 이르며 술 마시는 문화가 사회에 보편적으로 형성되면서 술이 개개인에게 또는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影響)으로 인하여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와 견해가 끊임없이 교차(交叉)하며 우리 인류사(人類史)에 술에 관한 논의(論議)가 곳곳에서 분분하다.

술이 인류사회에 등장하던 고대에는 여러 형편으로 인하여 일정한 계층(階層)에서만 마음껏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각 종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술! 때론 적당한 음주(飮酒)가 약이 되어 병을 돌보기도 하고 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매개체(媒介體)가 되어 끈끈한 관계 형성이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게 해주기도 한다.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술! 정신(精神)을 놓고 지나치게 과음(過飮)하며 그 맛에 흠뻑 젖어서 절제(節制)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통제(統制)하지 못한 채 중독(中毒)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병이 되어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져버리기도 한다.

최근에 술 자리를 가졌던 한 대중가수가 음주운전사고를 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틀린 거짓된 언행(言行)이 원인이 되어 정상(頂上)의 자리에서 곤두박질 치며 추락(墜落)하는 모습을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무수히 많은 대중의 사랑을 한껏 받는 그 자리에 가기까지 많은 노력도 고비도 있었을텐데……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도 문제가 되는데,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現場)에서 뺑소니를 치고서 그저 급급함에 무책임하고 질서없이 행동을 하며 자신의 유익(有益)을 위해 작은 술수(術數)를 써서 감추고 덮으려 하다가 그의 부도덕(不道德)하고 저급(低級)한 민낯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유명세(有名稅)를 타는 인사(人士)나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연예인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통사람들도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그저 당장에 닥친 현실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계산으로 분별력을 잃고 거짓을 만들어내려 하거나 비겁한 언행(言行)을 꾀하며 부도덕하게 죄(罪)를 해결해 보려는 유혹(誘惑)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렇듯 무책임하고 뻔뻔한 얼굴 두꺼운 시도(試圖)를 하려는 것이 아마도 지난 긴 세월 우리사회가 술자리의 실수나 술로 인한 잘못, 심지어 술로 인해 발생한 범법(犯法)행위 마저도 별일 아닌 듯 해석하고 양해(諒解)하고 가볍게 처리했던 ‘기이(奇異)한 너그러움’과 ‘느슨한 법적 처리’ 때문에 이런 인식이 잠재(潛在)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술과 관계된 관용(寬容)의 문화’가 너무나 왜곡(歪曲)되게 지배적으로 만연하였기에 모든 것이 술 때문 이라는 핑계를 가져와서 술을 마시고 저질렀던 과오(過誤)라며 무조건 용서만을 구걸(求乞)하며 부끄러움도 망각(忘却)한 채 죄를 피하려 거침없이 요구해 보려는 것일까?

‘술 마시는 사회’,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은 죄가 없다. 그 술을 마시는 사람의 자세와 인성(人性)이 간혹 뒤틀리게 드러나면서 종종 문제시 되는 것이니……

숱한 사람들이 술이 주는 매력(魅力)을 누리려 할 때,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장점(長點)과 단점(短點)의 두 얼굴이 가져다 주는 기로(岐路)에 놓이기도 하기에 스스로 선택할 권한(權限)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술을 즐기는 자리가 마련되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가에 따라 그의 품격(品格)이 확인되기도 하고 혹은 도덕성(道德性)이 가감(加減)없이 표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쭉 정말 술을 즐기는 애주가(愛酒家)가 되고 싶다면, 너와 나의 평안을 위한 술자리 문화가 공고(鞏固)하게 자리매김하도록 생각의 끈을 조이는데 나태(懶怠)해지지 않아야 하고 또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禮)와 흥겨움을 지키려는 배려의 마음가짐도 잘 유지하며 술을 마셔야 하는 것임을 늘 되새기며 그 자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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