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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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대학교 캠퍼스를 물바다로 만드는 가수가 있다. 싸이다. 그의 흠뻑쑈는 이제 여름 축제의 한 장르다. 그의 말춤이 뉴욕 5번가를 주름잡았을 때 사람들은 그의 성공 요인을 나열하며 난리를 떨었다. 능숙한 외국어,글로벌 문화에 대한 감수성, 유튜브라는 초연결 영상 플랫폼의 등장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배경이다.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처음 대면한 때는 2002년 붉은 악마의 월드컵이 있던 해였다. 태릉 서울여자대학교에 공연 온 그는 당초 세 곡을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약속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공연에 자기가 빠져 네곡을 더 불렀다. 앙코르를 유도한 것도 자신이었다. 그는 너무 시끄럽다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싸이렌을 울리는 경찰차가 들이닥치자 공연을 중단했다.

그 후 4,5년이 지나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가 찾아왔다. 내게 승진과 연봉 인상의 계기를 만들어 준 에스오일 광고의 쵤영장에서다. 나는 기획자였고 그는 조연모델이었다. 그의 열정 DNA는 여전했다. 주연모델 차승원과 손예진이 '오늘은 왜 이렇게 잘 나가는걸까?'라며 나긋나긋 CM Song을 부를 때 코러스를 맡은 그는 촬영장을 미친 듯이 누비며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도 혼신을 다했다. 급기야 현장에 있던 광고주가 그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 한편을 더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하늘'이 아니라 '스스로'에 방점이 찍힌 말이다. 그가 노래를 부르고 최고의 스타가 화음을 넣는 광고는 그렇게 태어났다.

지금도 그가그런 진짜배기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얼마 전의 일이다. 땀을 흠뻑 적시며 공연을 마친 그가 인사를 마치고 퇴장하려는데 스태프의 실수로 그의 히트곡이 다시 흘러나왔다. 모른척하며 그대로 퇴장하고 스태프를 나무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내면화된 열정의 사나이 싸이는 달랐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인생이 다 어떤 우연이나 실수로 벌어지는거 아닙니까? ' 모두 뛰어~!"라며 노래와 춤을 다시 이어갔다. 관중석은 감동의 용광로로 끓어올랐다.

싸이 박재상은 불광불급의 사나이였다. (싸이가 주연으로 활약한 에스오일 광고나 노래를 이어간 이 장면은 지금 유투브에서 확인할수 있다) '지치면 지는 겁니다.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그리고삼독해야 이루어집니다. 삼독이란 지독, 중독, 고독입니다. 지독하게 중독되어 고독한 길을 가다보면 생각치도 않은 기회가 오게 됩니다.'

성공은 좀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인생을 불사르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열정의 결과물이다. 이런 사람들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또 하나의 방편을 찾아냈다. 순도높은 열정을 바탕으로 멀티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의 일속에서 또 다른 일의 맥락을 찾아낸다. 님도 보고 뽕도 따며 동시다발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실화 하나를 소개한다. 결혼을 앞 둔 한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으려 뉴욕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사진만 찍지 않았다. 자신이 만날 뉴요커들에게 연인에게 전할 100개의 프로포즈 메시지까지 함께 얻기로 했다. 그가 필요한 것은 화이트보드와 전용 펜, 지우개 뿐이었다. 그는 스스럼없이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화이트보드를 내밀고 말했다. '실례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거든요. 그녀가 기쁜 마음으로 승낙할 수 있도록, 여기에 메시지 한 줄만 적어주실 수 있을까요?' 메시지를 받은 후에 다시 양해를 얻은 다음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응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자신감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말을 붙이는 요령까지 터득하게 되었다. 화이트보드에는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아이슬란드어 등 다양한 언어의 메시지가 적혔다.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 역시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소호 거리, 자유의 여신상, 그랜드센트럴역까지 퍼져갔다. 일주일 걸려 완성한 100장의 사진들을 여자 친구에게 보냈고, 결국 프러포즈에 성공했다. 그는 특별한 사진과 사랑을 동시에 얻어냈다.

싸이의 인연과 사진작가의 프로포즈를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얼마전 이마로 대못을 박겠다며 뭔가를 도모하는 당신때문이었다. 당신의 열정이 무모함이나 막무가내를 넘어서려면 그 강도부터 잘 살펴보고 그 방향도 다양하게 접목시켜야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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